[조현용의 우리말로 깨닫다] 숨바꼭질의 어원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3/10/27 15:02

숨바꼭질의 어원

숨은 인간 그 자체입니다. 숨이 있어야 살기 때문입니다. 숨을 쉰다는 말은 살아있다는 뜻이고, 숨을 멈추었다는 말은 죽었다는 뜻입니다. 달리 표현하여 숨을 거두었다거나 끊어졌다고도 합니다만 아무튼 숨을 쉬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생명을 나타낼 때 목숨이라고 합니다. 주로 숨은 목에 걸려있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목을 막으면 숨을 더 이상 쉬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숨을 죽인다고 하면 오히려 죽었다는 뜻이 아닌 것은 흥미롭습니다. 숨죽이고 가는 것은 들키지 않는 행위입니다. 반면에 숨은 활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활력이 사라진 것은 숨이 죽었다고 합니다. 주로 나물이나 나무가 시들었을 때 숨이 죽었다는 표현을 씁니다. 

숨이 인간을 살리기도 하는 것은 한숨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걱정이 있어도 한숨을 쉬고, 안심할 때도 한숨을 쉽니다. 이런 한숨은 안도의 한숨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크게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습니다. 물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입니다. 한숨은 내 답답한 가슴을 뚫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앞두고 긴장이 되면 크게 숨을 쉬고 일을 시작합니다. 숨은 그런 의미에서 수행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명상이나 수련 등을 보면 늘 호흡법이 중요합니다. 깊게 호흡하는 것이, 단전으로 호흡하는 것이 수련의 시작입니다.

숨은 뜻밖의 단어로 이어져 나갑니다. 앞에서 들키지 않기 위해서 숨을 죽인다고 표현하였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단어가 바로 숨다입니다. 숨는 것은 숨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 숨을 참는 것입니다. 숨소리도 내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숨다와 관련된 숨기다 역시 숨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숨고 숨기는 것은 긴장되는 일입니다. 긴장이 되면 자연스럽게 숨이 멎습니다.  

여기에서 재미있게 추론이 가능한 것은 바로 숨바꼭질입니다. 숨바꼭질에 관해서 여러 가지 어원이 있습니다만, 옛말에서는 숨박질이라고 하였고, 이 말은 자맥질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자맥질의 기본은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입니다. 숨 쉬지 않는 모습을 자맥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숨박질의 옛말에는 숨막질은 숨을 막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숨바꼭질의 기본은 숨어서 숨을 쉬지 않는 겁니다. 술래가 가까이 오는 긴장된 순간에 숨을 쉬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입을 틀어막아서라도 숨을 참아야 하는 겁니다. 숨바꼭질에는 아이들이 놀면서 물속에 숨는다는 뜻도 있습니다.  

숨이라는 말과 가장 가까이 있는 단어는 바로 쉬다입니다. 숨을 쉰다고 하는데 쉬다라는 말 역시 어원적으로는 숨과 관련이 있습니다. 보통 동사의 어간이 어원과 연결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보면서 숨을 잘 쉬는 것은 어쩌면 잘 쉬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숨을 쉬다는 말과 휴식을 취한다는 말은 같은 어원으로 보입니다. 잘 쉬어야 숨을 잘 쉴 수 있기 때문이고, 숨을 편히 쉬는 것이 휴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숨 차오르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하는 일마다 벅차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겁니다. 숨쉬기가 힘들다고 하고, 숨이 막힌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위험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가슴을 치기도 하고, 가슴을 쥐어뜯기도 합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답답한 겁니다. 우리는 그럴수록 숨을 가다듬고, 좀 쉬어야 합니다. 한숨 돌리고, 좀 쉬고 나면 세상이 달리 보일 겁니다.  

그늘에 앉아서 잠깐 쉴 때, 어릴 적 숨바꼭질 생각을 떠올려 보세요. 입가에 웃음이 지어질 겁니다. 저는 어릴 때 꼭꼭 숨어있었더니 술래가 찾는 걸 포기하고 집에 가 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한참 동안 숨어있었네요.

조현용
(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